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크리에이터 : 인간 대 인공지능, 창조와 파괴, 주제의식

by 준희나라 2025. 5. 3.
반응형

크리에이터 포스터
크리에이터 포스터

영화 <크리에이터 (The Creator, 2023)>는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연출하고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주연한 SF 액션 드라마로,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전쟁이라는 거대한 세계관 속에서 ‘창조’의 의미를 되묻는 서사를 펼쳐냅니다. 단순한 전쟁 서사를 넘어 인간과 AI의 공존 가능성, 기술 진보의 윤리적 한계, 감정과 정체성의 본질을 질문하는 이 작품은 동시대의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담아낸 복합적인 내러티브 구조를 지녔습니다. 에드워즈 감독은 물리적 충돌과 감정적 긴장을 병치하면서, 대규모 전쟁이라는 스펙터클을 통해 진정한 평화와 공감이 무엇인지를 탐색합니다. 웅장한 스케일과 섬세한 감정, 철학적 사유가 어우러지며, 단순한 블록버스터를 넘어선 깊은 여운을 남기는 현대적 SF 명작입니다.

인간 대 인공지능

<크리에이터>는 미국과 AI가 주도하는 뉴아시아 세력 간의 첨예한 충돌을 통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간과 기계의 대결 구도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영화는 AI가 핵폭발을 일으킨 범인으로 몰리면서 시작되지만, 이후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면적임이 드러납니다. 주인공 조슈아(존 데이비드 워싱턴)는 AI 암살 임무를 수행하는 미군 특수요원이지만, 인공지능 아이 ‘알피’를 만나고 교감하면서 인간이 믿고 있는 정의와 적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모호한 것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영화는 AI를 단순한 도구나 위협이 아닌, 감정과 의식을 지닌 존재로 다루며, 기계적 사고가 아니라 인간성과 유사한 감수성을 지닌 새로운 생명체로 묘사합니다. 이처럼 이분법적 세계관을 해체하는 방식은 관객에게 도덕적 기준과 윤리적 판단을 스스로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으로 기능합니다.

크리에이터 스틸컷
크리에이터 스틸컷

창조와 파괴

‘크리에이터’라는 제목은 이 영화에서 중요한 철학적 장치입니다. 단순히 AI를 만든 인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재창조한 새로운 감정적 존재인 알피와 그 진화를 포함한 다층적 개념입니다. 알피는 생물학적 인간은 아니지만, 그가 지닌 감정과 반응, 기억과 연대는 인간의 정체성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합니다. 조슈아는 임무 수행 중 점차 알피에게 감정을 느끼고, 과거 죽은 아내와의 인연, 알피와의 관계를 통해 ‘보호’와 ‘이해’라는 새로운 감정의 진화 과정을 겪습니다. 이는 단순히 피조물과 창조자의 관계를 넘어, 공감 가능한 타자와의 감정적 접속을 의미하며, 부모와 자식 같은 가족 관계로의 확장을 시도합니다. 결국 영화는 인간이 만든 기술이 다시 인간에게 감정을 가르치고, 이로써 존재론적 경계를 허문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인간다움이란 혈연이나 생물학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감정과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주제의식은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주제의식

<크리에이터>의 시각적 세계는 SF 장르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신선한 생명력을 지닙니다.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자연광 위주의 촬영기법과 드론 기반 카메라 워크를 활용해 미래 세계를 인위적이지 않게 그려냅니다. 전투 장면은 스펙터클 하지만, 인간과 기계의 내면적 갈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며, 뉴아시아의 풍경은 테크놀로지와 전통이 공존하는 독특한 문화 혼종성을 드러냅니다. 불교 사원, 열대 밀림, 복잡한 도시 풍경이 공존하는 이 배경은 단순한 미래상이 아닌,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다원성과 연결됩니다. 한스 짐머의 음악은 거대한 드럼 비트와 전자음, 선율적 스트링을 적절히 조합하며, 서사의 정서에 깊이 스며들어 시청각적 몰입감을 강화합니다. 특히 AI와 인간이 마주 보는 장면에서는 음악이 감정을 이끌기보다 고요한 공간을 만들어내며, 인간적 선택의 무게를 강조하는 데 기여합니다. 이 영화는 빠른 전개 속에서도 주제의식과 철학을 잃지 않으며, 다층적 캐릭터 구조를 통해 단순한 선악 대립을 거부합니다. 조슈아는 단순한 영웅이 아니라, 상실과 회의, 죄책감에 시달리는 인간으로서 그려지며, 그의 선택은 감정의 복원이라는 관점에서 읽혀야 합니다. 반면 AI들은 기계적 명령에 충실한 존재가 아니라, 생명을 존중하고 감정을 교환하며 공존을 지향하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기술이 반드시 인간성의 위협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또한 국가 권력과 군사 시스템이 AI를 '통제해야 할 존재'로 규정하면서 일방적인 공격을 감행하는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기술을 둘러싼 정치적 조작과 공포 담론을 풍자합니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기술 윤리, 정치권력, 사회적 편견에 대해 복합적으로 사고하게 만듭니다.

결론

<크리에이터>는 외형적으로는 SF 전쟁 영화지만, 실질적으로는 감정, 존재, 윤리,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묵상을 담은 작품입니다. 인공지능이라는 테마를 기술적 상상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서적 접근과 윤리적 고민으로 풀어낸 이 영화는, 관객이 인간과 기계, 창조와 파괴, 감정과 무감정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 수 있을지를 되묻습니다. 영화는 결국 “진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되며, 이는 단지 SF 장르 안에서의 물음이 아니라, 우리가 오늘날 마주한 현실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 이어집니다. <크리에이터>는 인간의 미래와 기술의 진화, 그리고 감정의 본질을 동시에 사유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동시대 SF 영화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는 수작입니다.

반응형